위에 나오는 사진의 모습은 요한묵시록의 붉은 용 이미지에 염소처럼 생긴 그리스 신화의 사티로스 등이 섞여서 만들어진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이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발굽을 가지고 있는데, 어째 이쪽 문화에서 보여지는 악마는 염소와 산양, 인간을 조합한 형상이다. 유목민이라면 금기시하게 되는 수간(獸姦)을 통해 탄생한 반인반수(半人半獸)를 그대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인간성의 타락을 그대로 형상화한 것이다.
기독교 등의 종교에서는 하느님에게 대항하는 악한 존재를 일컫는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성경 텍스트에서는 악마(디아볼로스)와 마귀(데몬)가 구분되고 있다. 한자말 악마에 대응되는 희랍어 디아볼로스는 히브리어 '사탄'을 번역한 것으로, '사탄 = 디아볼로스 = 악마'라는 한 명이 마귀'들'의 대장 노릇을 한다고 보면 되겠다.[4] 그러나 실제 언어 생활에서는 악마와 마귀라는 표현이 혼용되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악마'라는 한자어 번역이 뉘앙스상 고유명사라기보다는 일반명사 같은 느낌을 줘서 그런듯하다.
흔히 기독교에서는 다른 종교의 신을 악마로 취급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조금 자세히 언급하자면, 이는 약간 복잡하다. 우선 유대교에 아직 다신교적 전통이 남아 있던 시절에는 야훼를 '유일신'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돌보는 강력한 신'으로 여겼고, 그렇기에 고대 중동의 다른 신들을 야훼에게 굴복하는 신들로 묘사한 건 맞다.[5] 다만 시대가 지나고 유대인들의 종교관이 확고한 유일신 신앙으로 바뀜에 따라서, 다른 신들은 '야훼의 경쟁자'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상상의 산물'로 여겨졌기에, 악마이고 뭐고 간에 관심 대상 자체에서 벗어났다... 그냥 없는 신이라고 말했을 뿐. 다만 기독교에서는 일반 신자들끼리의 전승이나 문학 작품 등에서 타 종교의 신이 악마로 묘사된 경우는 다수인데, 기독교 문화권에서 묘사되는 다른 종교나 신화 출신의 악마는 대다수 이쪽. 그래서 이교의 사원은 악마에게 바쳐진 장소라고 여겨져 헐리거나 성당으로 축성되었다. 그러나 아폴론이 변형된 아바돈이나 바알이 변형된 바알제붑처럼 후대의 문학 작품[6]이 아니라, 극소수이지만 진짜로 성경에 언급된 악마도 있다.
다만 필연적으로 아브라함 계통의 일신교는 세상의 모든 피조물이 일원론적으로 유일신으로부터 나왔다고 믿기에, '도대체 악마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야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 유명한 질문에 대해서는 악의 문제를 참조하자.
그리스도교의 경우, 악마의 모습에 대해서는 종파를 막론하고 딱히 '이렇게 생겼다'고 교리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악마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교리는 대중의 생각보다 매우 심플하고, 심지어는 악마의 구체적인 이름 같은 것에도 큰 관심이 없고, 성경 텍스트에서 구분되는 '악마'와 '마귀'라는 말도 일상에선 혼용되어서 쓰인다. 물론 어느 종파이든 간에 악마의 존재 그 자체를 부정하는 종파는 없다. 부정한다면 에덴 동산 에피소드부터 다시 써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교리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하는 구체적인 묘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에게 고통을 주고 구원을 방해하는 악마의 존재는 많은 신자들에게 관심 대상이었기에 많은 대중문화와 예술 작품 등에서 등장을 하였다. <신곡>과 <실낙원>에 등장하는 악마들이나, 톨스토이의 저서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 나오는 악마 등이 그 사례이다. 이 경우 외형적으로는 주로 '붉은 몸통에 박쥐 날개와 뿔이 난 모습' 혹은 '천사처럼 생겼지만 검은 날개를 지닌 모습'으로 자주 묘사된다. 다만 그리스도교 계열의 예술 작품이나 문학 등에서 너무 묘사되다 보니, 성경에 근거하지 않은 2차 창작 캐릭터들이 간혹 교리적으로 확정된 것처럼 오해받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그 유명한 루시퍼가 있다.[7]
악마를 퇴치하는 성 볼프강
악마가 인간 혹은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6세기부터였으며, 그 외형은 내면의 결함을 드러내어 기형이나 불구로 흔히 나타났다. 천국에서 떨어졌으므로 절름발이로 묘사되기도 했다. 또는 무릎이 덜 발달되었거나 아예 없으며, 배나 무릎, 엉덩이에 얼굴을 하나 더 가진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장님일 때도 있다. 뿔과 꼬리를 가지고 있거나, 콧구멍이 하나만 있거나 아예 없기도 하다. 눈썹이 없고 두 눈은 접시처럼 생겨서 이글이글 타오르거나 불을 내뿜기도 한다. 발굴이 갈라져 있거나 유황 냄새를 풍기기도 하고, 악마가 떠날 때면 악취와 소음, 연기를 동반한다. 몸은 조잡한 검은 털로 뒤덮여 있으며, 박쥐같이 생긴 기형적인 날개를 가지고 있다. 도상학적으로 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의 모습과 유사하다. 교훈적인 목적은 악의 위협으로 사람들을 겁주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현실의 기형아나 장애인들이 애꿎게 악마나 그와 계약한 자 취급을 당해 배척당하기도 했다.[8]
성 안토니오를 괴롭히는 악마들.
때로 미술가들은 스스로의 상상에 따라 형태를 선택하는 듯했다. 인간의 몸에 도마뱀의 피부, 원숭이 같은 머리와 짐승의 발이 달린 모습 등이 그러하다. 악마가 이렇듯 동물의 형체를 띠는 것은 그들이 천사의 지위로부터 강등되었다는 것과 의식적인 목적을 결여한 동물적인 상태임을 의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흔히 주어지는 짐승의 특징은 꼬리, 동물의 귀, 염소의 수염, 갈고리발톱, 그리고 동물의 발이었다. 뿔은 초기에는 별로 흔하지 않았으나, 11세기에 이르러 표준이 된다. 중세 초기에 악마의 날개는 종종 새나 천사의 날개처럼 깃털이 나 있었지만, 12세기부터 박쥐의 날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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